[프리즘]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민정책 태세 전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득표 전략에 나서면서 이민 정책에서 전례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바이든은 친이민, 트럼프는 반이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정책 방향의 차이가 선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신의 정책 방향을 뒤집는 일들이 일어났다. 우선 트럼프는 지난 20일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영주권을 자동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책은 아니다. 말에 불과하다. 그래도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할 만큼 놀랍다. 트럼프가 누군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운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재선되면 국경 통제와 이민자 단속을 펼치겠다고 지금도 외치고 있다. 놀라운 태세 전환이다. 어찌 보면 바이든을 넘어서는 친이민 발언이다. 태세 전환은 바이든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바이든은 남부 국경의 불법 월경이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으면 망명을 제한한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불법 월경한 이들에 포용적 정책을 쓰면서 이들을 떠맡은 주나 도시는 비명을 질렀다. 친이민적인 뉴욕시마저 비용과 행정 부담, 시민들의 반발에 포기 선언을 했다. 플로리다에선 한 여성이 불법 월경 이민자의 범죄에 사망하며 전국적 이슈가 됐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던 바이든이 망명을 제한했다. 반이민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정책을 거스르는 것이고 방향으로 보면 트럼프 성향에 가깝다. 두 사람의 태세 전환은 다 대통령 선거 때문일 것이다. 이기려면 뭘 못할까. 상황이 그렇다. 대선은 뚜렷한 우세 없이 정체 상태인데 뾰족한 수도 돌파구도 안 보인다. 성 추문 입막음 혐의로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지지도 변화는 원위치다. 바이든도 아들의 총기 불법 소지 혐의 등이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지지도 충격은 없다. 양쪽 지지자는 어지간해서는 지지를 바꾸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지지층이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딱히 상대를 더 공격할 포인트도 없다. 나올 건 다 나왔고 새로울 게 없다. 대외 정책도 경제 정책도 큰 이슈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 정책은 딱 좋은 소재다. 대선 승부는 경합주에서 결정 나고 경합주는 작은 표 차이로 뒤집을 수도 있다.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 체류자에게 영주권 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이 그렇다. 바이든이 발표한 새 정책은 곧바로 경합주를 겨냥한 대선용이란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이 밀리고 있는 네바다와 애리조나, 조지아의 판세 뒤집기 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졸자 영주권 부여를 말한 곳은 실리콘밸리 기술 투자자 모임이었다. 자신의 반이민 정책에 불만이 많았던 이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해줬다. 이민 정책은 지금까지 쿼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정책 노선은 지키되 필요할 때는 역방향 정책으로 치고 빠진다. 정책 크기가 작아 역방향이지만 큰 영향은 없지만 꼭 필요한 작은 표 차이는 바꿀 수 있다. 특히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에서 효과적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민 정책 특징은 적어도 대선 기간에는 예외와 구제가 될 듯하다. 전통적 방식인 쿼터 조정보다는 덜 안정적이지만 오랜만에 유연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둘 다 선거 승리용이다. 이기려고 잠깐 상대를 흉내낸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이르지만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니 이마저도 유연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친이민 정책을 보수층은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려 문호를 연다고 해석한다. 한두 번이라도 트럼프가 친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바이든이 망명 제한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있다. 최소한 없는 것보단 낫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이민정책 트럼프 친이민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성향